San Giminano, 처음 들어 섰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7시간 동안의 트랙킹을 마치고 드디어 저 멀리서 보이던 산 지미냐노가 가까워 지더니 정말로 도착한 것이다! 긴 여정을 마치고 사람이 사는 마을을 발견하고 입성하는 나그네의 마음이 이렇지 않았을까? 우리의 산 지미냐노의 성곽으로의 입성은 감동이었다! 성곽 안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의 목소리와 움직임이 마치 중세시대의 시장같은 모습을 선사했다. 맑은 하늘 아래, 청아한 그늘을 드리우는 성곽과 중세시대 마을의 벽들 아래 우리의 땀은 시원하게 식었다.
산 지미냐노에 도착했다. 산 지미냐노는 성곽안에 그 때의 시간을 고이 간직하듯 우직히 언덕위에 서 있었다. 중세시대때 귀족들이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경쟁하듯이 세웠다는 탑들로 저 멀리서도 산 지미냐노를 알아 볼 수 있었다. 지금은 관광객이 토스카나와 산 지미냐노의 전경을 바라 보러 올라가는 전망대로서의 역할을 할 뿐이다. 당시의, 순간의 권력과 권세는 시간이 흐르면 아주 생각지도 못했던 모습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것, 마치 권력 경쟁의 이야기는 무색해진 우뚝 선 탑들 처럼 말이다.
산 지미냐노에서 내려다 보이는 토스카나의 고즈넉한 시골 풍경. 어느 나라나 시골은 편안하고 조용하다.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이 마치 고향에 온 듯 편안하게 해 주는 토스카나의 시골 풍경이다. 이곳저곳 멋지게 선 사이프러스 나무가 보이고, 옹기종기 펼쳐진 포도밭들. 어제의 피렌체의 관광도시의 분주함도, 소음도, 매연도 이곳에는 없는 조용히 숨겨둔 보석같은 곳이다. 이곳만을 아는 관광객들로 조곤조곤 모여있는 것 같은 마을, 산 지미냐노. 모두들 가족과 함께, 강아지와 함께 여행을 온 사람들이었고 기차역도 없는 토스카나의 시골 한 중간에 우뚝 솟은 산 지미냐노의 아늑한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거리 곳곳, 골목 마다마다에는 하프를 연주하는 이, 기타를 연주하는 이, 성악을 하는 이들로 낭만적인 분위기를 한껏 자아내고 있었다.
석양을 바라보며, 토스카나의 전경을 내려다 보며 조지니에서 조닭똥이 되었다. 이야기 하면서 왜그렇게 눈물이 많이 나던지. 주연이와 마지막 유럽 여행이었고 함께한 시간들, 최근의 날들을 추억하고 이야기하면서 눈물이 막 나더라. 이렇게 조용한 곳에서는 조금은 울고 싶은 가 보다. 슬퍼서가 아니라.. 고백하고 솔지해질때 나는 그런 눈물들 있잖는가. 무튼 나는 이날 조닭똥이 되었다. 주연아, 고맙다. 유럽에서의 가장 멋진 순간들은 항상 주연이와 함께 했었고, 그래서 또한 함께 나누며 그 아름다운 순간들이 더 찐하게 남겨지는 것 같다. 나의 여행 동무, 동행 나그네 이주연이. 고맙고, 미안한 것도 많고 또 고맙고 사랑하는 친구다.
아, 그리고 이날은 아빠의 생신이었다. 걷는다고 아주 새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아,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부모님의 도움으로 이렇게 멋진 풍경, 맛있는 거 먹고 잘 다니면서 생신 한번 제대로 챙겨드리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 이렇게 미울수가 없었다. 속상해 하며 성당앞에 앉아 있는데, 작고 어린 아들과 함께 성당 앞 계단에서 피자를 먹고 있는 키 작은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재잘재잘 거리며, 피자도 잘도 먹는 어린 아들과 묵묵히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함께 피자를 먹는 아버지의 모습. 아빠가 생각났다. 어릴 때 아빠는 어린 나를 데리고 많이 여행을 다니셨다. 엄마께서 일하시는 동안 근처 산에도 가고, 휴게소에서 맛있는것도 먹고, 아빠랑 여행을 하면 항상 엄마랑 있을 때 먹지 못했던 그런 맛집에서의 음식을 즐겁게 먹어서 좋았다. 그리고 아빠랑 여행할 때는 뭔가 더 어리광을 부릴 수 있을 것 만 같은 어릴때의 느낌이 기억난다. 아빠가 무척 보고싶고 이제는 이렇게 커버려서 혼자 여행을 다니는 나의 모습을 보며 괜히 이렇게 훌쩍 커버린 것이 아빠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이상하게 슬펐다. 보고싶다, 아부지.

여기 감동의 주인공이 한 분 더 계신다. 조용한, 인적 드문 곳에서 피리를 부시는 아저씨. 오케스트라의 반주를 틀고 거기에 맞추어 피리를 부시는 아저씨의 연주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새소리와 나무들이 살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인적 드문 이 공간을 너무나도 신비롭게 메꾸고 계셨다. 아저씨의 꿈은 멋진 오케스트라와 협주를 하는 것이리라. 그렇기에 아저씨의 연주는 더욱 마음을 애잔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아저씨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연주하는 자신의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하지 않을가, 적어도 지금의 내가 아저씨라면 그렇게 생각하고 머뭇, 부끄러워 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아저씨는 신나게 그 풍경을, 분위기를 멋지게 즐기고 있었고 그 모습은 너무나도 멋지고 당당한 그림이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있고 즐길 수 잇는 것에는 당당해야 한다는 것! 그 누가 뭐라해도 내 스스로 즐기고 당당하게 누리며 표현할 수 있을때 그 누구의 발언도 무색해질 멋진 무대가 된다는 것.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되돌아보고 그렇게 정처없이 걷고 또 걸었던 마을, San Giminano. 한국의 경주를 떠올리게 하는 마을이기도 했다. 먼저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마음 좋은 사람들도 처음 만났던 마을이었고, 마음 편안히 풍경과 햇빛을 받아드렸던 마을이었다.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석양을 뒤로한채 우리는 떠났다. Ciao!